마이너스통장 개설, 거지 되는 지름길일까? 빚에 빠지는 심리학

'마이너스통장이 있으니 든든하다'는 생각, 정말 괜찮은 걸까요?

여러분도 이런 적 있지 않나요?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고 나니 왠지 여유가 생긴 것 같고, 월급일 전에 통장 잔고가 0원이 되어도 덜 불안합니다. 실제로는 '빚'인데도 말이죠.

 

 

한 직장인의 사례를 볼까요? 그는 마이너스통장 1,000만 원 한도를 개설한 후, 필요할 때만 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한도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매달 나가는 이자만 10만 원이 넘었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조차 잘 모른다는 것이었죠.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빚'을 일상화할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쉽게 소비하고, 갚기는 어려워할까요? 그 답은 우리의 '심리' 속에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당신은 마이너스통장의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소비 습관을 심리학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마이너스통장에 숨겨진 심리적 함정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1. '있지만 없는 돈'의 착각 — 정신 회계의 오류

 

마이너스통장은 통장에 실제로 돈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0원이 되어도 500만 원, 1,000만 원까지 '남은 것처럼' 보이죠. 여기엔 뇌가 벌이는 착각, '정신 회계(Mental Accounting)'가 작용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사람들이 돈을 출처별로 구분해서 다르게 인식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월급은 신중하게 쓰지만, 보너스는 쉽게 쓰죠. 마이너스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의 수익이 아닌 '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쓸 수 있는 돈'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소비 억제가 어렵습니다.

 

2020년 한국금융소비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을 보유한 사람 중 72%가 '자신의 돈처럼 사용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만큼 대출금에 대한 심리적 경계가 무너진다는 뜻이죠.

 

2. '지금은 괜찮아' — 현재 편향의 덫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라이베슨(David Laibson)은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은 미래보다 현재의 보상을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금 10만 원의 기쁨은 한 달 후의 15만 원보다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돈이 필요해', '다음 달 갚으면 돼'라는 생각으로 소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소비들이 누적되면, 이자와 상환의 부담은 상상 이상이 됩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 평균 사용 기간은 2년 이상이며, 이용자의 절반이 이자를 꾸준히 내고 있음에도 원금은 줄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현재의 쾌락에 집중하고 미래의 고통은 축소하는 경향이 뚜렷하죠.

 

3. '나는 잘 갚을 수 있어' — 과잉 자신 효과

사람들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과잉 자신 효과(Overconfidence Bias)'라고 부릅니다. 특히 재정 문제에서 이 심리는 더 크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68%가 '3개월 내 상환 가능하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6개월 이내 상환 비율은 27%에 불과했습니다. 자신의 통제력을 과신하는 착각이 빚을 키우는 원인이 되는 것이죠.

 

게다가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일정 금액만 이자 내고 원금은 놔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채무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똑똑한 소비 습관

 

✅ 마이너스통장은 '비상금'이 아닌 '빚'으로 인식하세요
→ 통장 이름을 '대출 계좌'처럼 바꾸는 것도 심리적으로 경각심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 소비 전후로 꼭 기록을 남기세요
→ 오늘 마통에서 쓴 돈을 간단한 가계부 앱에 메모하세요. '지출 인식'만으로도 소비가 줄어듭니다.

 

✅ 자동이체를 활용해 정기적 상환 루틴 만들기
→ 월급일 다음 날, 자동으로 일정 금액이 마통 계좌로 상환되도록 설정해두면 잊지 않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 진짜 비상금 통장을 따로 만들어두세요
→ 마통은 사용하지 않고, 실제 예금으로 비상자금을 따로 마련해두는 것이 건강한 소비 습관입니다.

 

빚의 심리를 이해하면 돈이 보입니다

 

지금 당장 마이너스통장을 해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존재를 '내 돈'이 아니라 '미래의 나에게 갚아야 할 빚'으로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실제로 마이너스통장도 잘 활용하면 크게 도움이 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심리학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소비 패턴을 드러내고,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마이너스통장이라는 이름 아래 숨어 있는 착각에서 벗어나보세요.

 

마지막으로, 다음 결제를 하기 전 이렇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이 돈, 정말 내 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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