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딜레마와 군중심리
1. 펭귄과 딜레마
짧은 다리로 하얀 눈과 얼음 위를 뒤뚱뒤뚱거리며 걸어가는 펭귄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초통령 '뽀로로'도 펭귄이고, 뽀로로의 인기를 위협하고 있는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 '펭수'도 펭귄을 캐릭터화하였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펭귄이지만 펭귄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큰 고민거리가 있다. 그것도 생존과 직결한 아주 커다란 고민거리가!
펭귄은 남극, 남반구 여기저기 다양한 서식지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펭귄은 남극지방에 살고 있는 황제펭귄을 말한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역사적으로 사람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람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이 많아 가까이 다가와 주위를 둘러싸기도 하고 따라다니기도 한다. 또한 펭귄의 천적은 바다표범, 물범 등으로 바닷물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육지에는 천적이 없다고 인식하여 육지에서 만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펭귄의 주식은 물고기이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천적이 있는 바닷가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고민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펭귄은 집단으로 이동하며 사냥을 하는데 육지에서 바닷물로 첨벙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이 누가 되느냐가 딜레마가 된다. 보이지 않는 바닷물 속에 천적인 바다표범이나, 물범 등이 몸을 숨기고 펭귄이 풍덩하고 뛰어드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펭귄들도 지쳐가고 배고픔은 점점 심해진다. 사냥 나간 펭귄을 기다리는 어린 펭귄들도 먹이가 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인고의 시간이 지속되고 결국에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거나 성질이 급한 펭귄이 먼저 바다로 뛰어든다. 또는 다른 펭귄을 밀어 바다에 빠지게 하여 바닷물에 천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일도 발생한다.
첫 번째로 뛰어든 펭귄이 유유히 물고기를 찾아 나아가면 다른 펭귄들도 천적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그때서야 서로 앞다투어 경쟁하듯이 바닷물로 뛰어든다.
하지만 첫번째로 뛰어든 펭귄이 천적에게 잡아 먹히게 되면 나머지 펭귄들은 바닷물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펭귄과 같은 생존의 문제는 아니지만 나도 학창 시절에 비슷한 딜레마를 겪은 것 같다. 숙제를 하지 않아 10여 명의 반 친구들이 교실 앞으로 나간다. 이때부터 눈치 작전이 시작된다. 누가 먼저 엉덩이에 매를 맞을 것인가... 선생님의 컨디션에 따라 매의 강도는 달라지기에 결국에는 다 맞는 건 같지만 첫 번째로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으면 선생님의 분노 게이지는 더욱 상승하기에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또는 힘쎈 친구 눈치에 밀려 첫번째로 타자로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 첫번째 친구가 맞는 강도를 보며 강도가 약할때는 안심하며, 강도가 강할때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며 매를 맞곤 했다.
2. 사람과 펭귄
펭귄의 딜레마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펭귄들은 첫번째로 뛰어드는 펭귄을 보고 그 펭귄을 보고 행동을 결정한다.
즉, 특정 집단에서 일부 구성원을 실험 대상으로 삼고 그 구성원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도 펭귄과 마찬가지로 먼저 행동한 사람을 보고 그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즉 펭귄이나 사람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관광지에서 식당을 선택하는 일을 들 수 있다. 관광지는 내가 평소가 가보지 않은 장소이기 때문에 어디 식당이 맛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식당 선택에 따라 관광지에서의 기분이 좋을 수도 나빠질 수도 있기에 식당 선택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어떤 식당을 선택할까?
동일 메뉴를 파는 두 식당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이 많은 식당을 선택한다. 음식이 더 맛있으니 사람들이 더 몰린다고 생각하는 군중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현지인이 봤을 때는 음식 맛 차이가 별반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 식당은 관광객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한 식당은 휑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래서 식당들이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하고 맛집 파워블로그들한테 쩔쩔매는 이유인 듯하다.
3. 군중심리
펭귄의 딜레마는 어떤 일을 먼저 추진한 대상을 다수가 모방하는 군중심리로 이어진다.
군중심리는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인 귀스타브 르 봉, 가브리엘 타르드 등이 연구하였고, 위 관광지 식당 사례와 같이 다수가 선택하는 것을 따르는 것이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다수가 선택한 것을 따르는 것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인의 성향이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특정인이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TV 방송 등 각종 매체에서 소개가 되면 다수가 따라서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등 투자를 따라 한다. 다들 투자로 부자가 되는데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결과는 천차만별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귀여운 펭귄으로 시작해서 딜레마와 군중심리까지 알아보았다.
군중심리는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다수를 따라가는 행위는 자칫 더 큰 불확실성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우리는 책 읽기 등을 통해 지식을 쌓고 자신만의 기준과 관점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수를 무작정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소신 있게 확신을 가지고 개척해보자